2005. 3. 17. 22:00ㆍ♡먹방
01 봄의 향취를 맛보기 위해 서부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사 온 보리(이하 보리라 함은 보리 어린 순) |
02 보리와 다른 풀들이 엉망으로 섞어져 있어서 보리만을 추려내는데 한참 걸렸다. 그렇지만 아주 깔끔하게 추려낼 필요는 없었다. 다른 풀이란 게 다름아닌 쇠별꽃나물(곰밤부리)이었기 때문이다. 보릿국이나 보리나물에 이게 조금 섞여 있으면 더 맛있는 건 당연하다. |
03 그래도 간판을 보릿국으로 하기 위해선 보리 함량이 높아야 소비자들의 원성을 적게 듣기 때문에 힘들어도 골라본 것 |
04 의외로 쇠별꽃이 많아 따로 나물을 무칠 요량으로 모아봤는데 양이 조금 적은 것 같아 증량을 위해 보리도 조금 섞이게 했다. 물론 맛이 더 없다면 아니 할 일인데 거칠게 먹는 나물의 특성상 보리가 조금 섞이면 의외로 호평을 듣는 경우가 많다. |
05 잘 다듬어진 보리가 입욕 전 준비체조를 하며 몸을 풀고 있다. 일단 냉탕에서 충분히 몸을 씻어내야 온탕에 들어갈 자격이 생긴다. |
06 신안군 도초도에서 나온 소금을 준비했다. 때깔을 내기 위해 끓는 물에 조금 넣는데 싱싱하고 푸른 나물이 먹음직스럽게 보이도록 하기 위함이다. |
07 쇠별꽃 데치는 건 거의 순간이다. 오래 데치면 그렇지 않아도 연약한 쇠별꽃을 죽으로 만드는 일이다. 모양도 맛도 향취도 다 망해버린다. |
08 신속히 꺼내어 찬물에 퐁당~ 심청이 임당수에 빠질 땐 북소리라도 두두둥~ 울렸건만 쇠별꽃 빠질 땐 앞뒤 가릴 여가가 없다. 우중충한 색깔의 나물이라도 먹을 양이면 아예 소금도 필요 없지... |
09 두 손으로 쥐어 물기 쪼옥 빼서 도마에 올려 놓으면 남은 일은 숭덩숭덩 써는 일이다. 탈수기에 넣고 먼지 폴폴 날리게 하면 깊은 나물맛이 사라지게 된다. 그저 힘 자랑하지 말고 적당히 쥐어짜면 그걸로 끝! |
10 데치기 전엔 제법 많던 나물이 한 주먹 수준으로 줄었지만 양념은 할 거 다 해야 한다. 된장맛이 젤 중요한 건 말할 필요도 없고 고추가루, 깨가 필요하다. 간 마늘은 아주 조금 넣어도 되고, 안 넣으면 안 넣는 것이다. |
11 참기름을 항상 좋은 걸로 준비하는 일이 중요하다. 한 방울을 쓰더라도 진짜 국산 참깨로 만든 기름이 고소하고 맛이 좋다. |
12 원래는 오른손으로 주물러야 하지만 왼손으로는 셔터를 누를 방법이 없다. 혼자 제한된 시간 안에 음식 만들면서 촬영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해본 사람만 알 것이다. |
13 보리도 잘 다듬고 씻어 두었다. 봄나물 무침이 오르는 식탁에 보릿국이면 환상적인 매칭이 아닐까? |
14 어렸을 때 어머님께서 끓여 주시던 보릿국은 보리를 통채로 넣었던 것 같다. 이렇게 송송 썰어 본 까닭은 요즘은 국을 적게 먹기 때문이고, 사실 좀 잘난 체 하려고 그래본 것이다. 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