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철교

2014. 11. 22. 11:24눈요기

 

무등산이 광주사람들의 어머니같은 산이라면 극락강은 그 어머니 젖줄같은 강입니다. 지금같이 물놀이 시설이 없던 시절에는 광주천이나 극락강이 광주시민들의 일한 물놀이 휴식처였답니다. 지금으로 부터 40여년 전까지만 해도 광주천과 극락강은 광주사람들의 여름 피서지로 인기가 높았던 곳입니다.

광주역에서 송정역까지 광주선이 단선인 관계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단선구간을 지나는 KTX입니다.

극락강철교는 광주사람들에게 많은 추억거리가 있는 철교로 지금은 동림동 옛 산동교에서 철교를 지나 극락강역까지 친수공원화가 되었으며 영산강 자전거 도로가 개설되어 주말이면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답니다.

극락강변 이 철교 옆에는 풍영정이라는 정자가 있는데 풍영정은  명종 15년(1560년) 승문원 판교를 끝으로 관직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온 김언거(金彦据)가 지은 정자로서 김언거는 72세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풍영정에서 10여년 동안을 김인후(金麟厚), 이황(李滉), 기대승(奇大升) 등 이름난 문인들과 교우하며 지냈답니다.

일제강점기였던 1922년 7월 광주역에서 송정리역까지 철도가 개설되었답니다.
철도는 당시 호남선의 정차역이었던 송정리역에서 광주시내를 연결했는데 일제 강점기의 철도 건설과 노선 운영은 처음에는 민간철도회사가 운영권을 가졌으나 1930년대 후반 조선총독부가 운영권을 매입해 국철로 모두 바꾸었죠. 그런데 철도를 놓았음에도 광주에서 송정리까지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많아다고 합니다. 그래서 철도를 이용하라고 판촉을 해야되었는데 풍영정에서 광주천이 합류하는 유덕동 덕산에 이르는 드넓은 백사장을 수영장으로 소개하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합니다. 물론 그 사이엔 지금 극락강역이 있습니다만, 당시에는 없었고 순전히 수영장을 찾는 피서객들을 위해 새롭게 만든 것이 바로 극락강역이었답니다. 결국 광주역에서 피서객을 태운 열차는 극락강 백사장 주변에 임시 정차를 하게되었고 이곳을 찾는 승객에게는 철도요금의 50%를 할인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후 풍영정 일대 극락강에 대한 광주사람들의 인식이 매우 좋아져서 이곳은 광주를 대표하는 물놀이 장소로 알려졌고 1970년대까지도 학생들의 소풍장소와 시민들의 물놀이 장소로 이용되었답니다.


극락강은 총 길이 122km에 이르는 영산강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광주를 지나는 이 구간만큼은 영산강이라 부르지 않고 극락강이라 부르는 광주사람들이 훨씬 많답니다. 극락강 철교도 국도1호선의 산동교와 같이 6.25전쟁당시 폭파되는 수난을 겪기도 했답니다. 전주를 함락한 인민군이 광주로 진입하는 주요 다리 중 하나였기 때문이죠.

 

극 락 강
                            황지우

사람들이 시간을 하두하두 흘려서
바닥난 강
모래 밑,

한때 느릿느릿한 남풍과
드높은 새털구름이 얹혀 있던 수면을
기억할 수 없는 길,

그래도 강은 있네
시간이 있으므로

광주에서 서울까지 고속버스로
건네는 데 0.3초도 안 걸리는
극락강

며칠 후, 며칠 후 우리가 건널
극채색의 흰 강

멀리 미류나무 근처
소풍 나온 또 다른 세대의 어린이들 보이고

그러나 그 아이들을 내가 보았는지
기억이 없네
내가 그 강을 건넜는지도
기억이 안 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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