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 10. 14. 20:52ㆍ나들이
민박 01 계룡산 아래 후미진 민박집 어귀에 차를 세웠다. 여름이 끝물에 접어든 어느 날이었다. 숙박업소가 없어서가 아니라 밤에 밖에서 마음껏 놀고 싶어서 물어물어 민박집을 하나 잡았던 것이다. 허술하기 그지 없이 보였지만 계룡산에서 내려오는 시원한 물이 흐르는 냇가에 놀이마당을 차릴 수 있는 곳이어서 그런대로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 떨어졌다. |
민박 02 장어도 굽고, 다른 안주거리도 장만하고 해야 되는데 짐을 풀지도 않은채 바람을 먼저 쏘이기로 했다. 계룡산 자락의 신선한 공기가 머리 속에 쌓인 속세의 먼지를 다 날려버렸는지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덤불 속에서 산괴불주머니가 이방인을 빼꼼이 쳐다보고 있었다. 우리 동네 왜 왔니? |
민박 03 멀리 관음봉인지 삼불봉인지 저녁 햇살을 받으며 유혹의 손길을 보내고 있는 게 보였다. 밤에 오르기에는 약간 까다로운 코스여서 아쉬워도 참고 눈으로만 능선을 어루만졌다. 편하게 마시고 놀다가 밝을 때 만나러 갈께... |
민박 04 어디에서나 볼 수 있을법한 흔한 시골 풍경이지만 참으로 오랜만에 겪어보는 시골의 해름이다. 삼식아, 밥 먹어라. 어디 가서 자빠졌다 이제 오는 거냐? 소 뜯기던 아이들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 아마 이 정도이었지 싶다. 그 옛날, 닭에게 선물할 풀과 특별히 내 몫의 토끼에게 줄 아카시아 잎파리 망태에 가득 담아 [집으로...] |
민박 05 어둠은 산 능선에만 어렴풋이 거스름을 남긴채 대지를 덮어가고 있었고 나도 모르게 발끝이 민박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텔렐레레...' '김형, 어디여? 후딱 와서 짱어 구우라니께. 쐬주 한 잔 뽈아야제. 안 그려?' |
민박 06 남도에서 예까지 걸어서 왔더라면 짚신이 열 켤레라도 모자랐을 먼 거리 무싄 역마살이 끼어 이리 허대고 다니는 건지... 짚신나물을 다려 먹으면 효험이 좀 있으려나? |
민박 07 반갑지 않게도 미국자리공이 아는 체 한다. 꽃이 이쁘지 않다는 게 아니라 말썽을 피우는 것이 문제~ Hello, Nice to meet you. ^^ Wow, its already been many year here in Korea for me...... |
민박 08 웬 사위질빵? 무거운 짐 짊어지고 계룡산 올라가라 하면 사위질빵으로 묶어야지. 두 걸음도 못 가서 톡 끊어지겠지. ㅎㅎ 아직 여름이어서 모기가 극성이다. 흐미~ 전화 받다가 모기 쭟다가 사진 찍다가... ㅠ.ㅠ |
민박 09 선풍기가 있는 특실은 서울 사람들이 예약을 했단다. 탈수기도 하나 있는데 모우터가 타서 쓸 수 없고 마당의 평상도 뺏겼다. 전등은 모기 때문에 켜는 게 무섭고 모기향도 없다. 마당에 빨랫줄 하나 있고 집 밖에 재래식 화장실 한 칸 엄청나게 넓은 샤워실은 최고였다. 물이 차거워 얼어 죽지 않은 게 신기할 정도... |
민박 10 술 깨기 겸해서 산책길에 나섰다. 30분 걷고 한 시간 마시고... 그러기를 서너 번 월남스키부대전우들과 같이 있으면 밤이 샐 것 같지도 않았다. 모기가 물어도 이젠 가렵지도 않았다. 차거운 계곡물에 한 번 들어 갔다 나오면 처음부터 다시... ㅠ.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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